그렇게 잘 사고 있었는데 딸을 하나 낳고 그 할머니는 돌아 가셨단다. 할아버지는 슬프고 실의에 빠져 사셨는데 집안 어른들은 빨리 장가보내서 마음도 잡고 자손도 얻어야 된다고 서둘러 중매쟁이를 놓아 두 번째 장가를 들게 했다. 그게 내 할머니다. 열여덟 살 나이에 시집을 온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시집 오시는 첫날 밤 할아버지는 신방에 들어오시려고 문을 열다가 닫고 그냥 나가 버리셨다고 한다. 그야말로 첫 날 밤에 소박을 맞은 것이다. 나는 우리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사람들 말에 의하면 첫째 부인에 비하면 너무 못생긴 박색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는 한 많은 세상을 사셨다. 옛날에는 한번 시집가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 집에서 죽어야한다.
할아버지가 색시 방을 들어가지도 않으니까 집안에서 난리가 나고 집안 손 막는다고 야단 쳐서 세 번째 결혼을 또 하신 거다. 이번에도 처녀장가.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는 사모관대를 세 번이나 쓰신 거다. 우리 보리밭에는 보리 싹이 남아나지를 않았다고 한다. 사모관대 세 번 쓴 집 보리밭에서 보리쌀을 잘라다가 국을 끊여 먹으면 좋다고 다 베어 갔다고 한다. 할머니는 미쳤다고 장가는 세 번씩이나 가서 보리농사도 못하게 생겼다고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지금까지도 안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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