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가성비가 극히 좋은 무기이지만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무기이기도 하다. 특히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드론의 사용을 공식 인정하면서부터 드론의 불법성 여부 문제는 뜨거운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2013년 전직 미 공군 드론 조종사였던 랜던 브라이언트씨의 NPR 방송 인터뷰는 미국 전역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는데 자신은 2006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근처의 비밀 트레일러에서 드론을 조종해 아프가니스탄을 처음 폭격했다고 실토했다. 당시 드론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이 어린 아이들까지도 사살했다고 폭로함으로써 미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 4년 동안 미국측의 드론공격은 약 400여회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3,400여명이 숨지고 그 중 900여명이 민간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의 인권단체인 리프리브 보고서는 파키스탄의 경우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의 드론공격으로 23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정작 이 중 알카에다는 84명으로 4%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국제 인도법은 전쟁시 무력세력과 민간인을 구별하고, 합리적인 정도의 무력을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공격의 ‘명확성’과 ‘비례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드론공격은 이같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접 국가들의 영공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일 자체가 해당 국가에 대한 주권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드론과 마찬가지로 무인화된 전투장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간단하게는 지뢰 등의 폭발물을 제거하는 팩봇에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인 전투임무까지 담당하는 탤론, 탤론에 기관포까지 장착한 스워즈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주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등의 산악 게릴라전에 활용했던 장비이다.
전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스라엘은 무인 전투장비에 특히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미 팔레스타인 국경지대에서 무인감시 차량을 상설 운용하고 있다. 이 차량은 무인감시뿐만 아니라 대전차 미사일도 유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이다. 초소형 정찰로봇인 바이퍼 역시 이스라엘의 전투 병력을 대신하고 있다.
이 밖에 프랑스의 정찰로봇 MK2, 러시아의 정찰및 유탄발사 로봇인 플랏포르마-M, 중기관 무장로봇인 볼크-2, 공격용 로봇인 스트렐로크 등 현재 무인전투 로봇의 개발은 이미 그 종류를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인데다가 영국, 독일, 이탈리아, 터키, 대한민국 등 사실상 내놓으라 하는 모든 국가들이 개발경쟁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무인 전투장비는 사용하는 측의 인명손실을 줄이고, 전투 자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비이지만, 어느 한쪽만 영구히 사용할 수 있다는 보증은 없다. 인권단체나 NGO의 비판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들 무기사용의 보편화는 또 하나의 커다란 숙제거리이다. 이번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공격은 아주 명확한 사례이다.
2000대 초반만 하더라도 드론은 미국의 전유물이었다. 당시로서는 제작이 쉽지 않고,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겠지만, 드론 제작기술이 보편화되고 제품 자체도 일반화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국가단위가 아닌 소규모 게릴라들조차 사용가능한 무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다른 전투장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산이 점차 보편화함에 따라 앞으로 이들 제품이 어느 특정 국가군의 독점물이 남아있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과 제품의 소형화는 결국 소비에 있어서의 보편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역으로 수요증가 자체가 공급을 유발하는 것 또한 막을 수는 없다. 윤리적으로 옳든 그르든, 특정 국가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미 세계는 무인전투 시대에 발을 담그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3D 프린팅을 이용한 폭발물의 제조에서부터 가상화폐, 이로부터 파생되는 암호화 기술, 인공지능(AI), 허위정보의 생산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한 때는 소수의 독점물이던 각종 파생적 전쟁수단들 또한 상호 보완내지는 결합을 해나가면서 점차 보편적인 무인전쟁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인간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고 폭탄을 던지며 기관총을 쏘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옛 얘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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