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굳이 선언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어차피 일본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물량을 확보해 나가다가 점차적으로 이를 줄이거나 중단해 합리적일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굳이 이를 선언하고 발표까지 한 이유를 나는 다음과 같이 본다.
1. 생산에 차질은 없다
분명히 내부적으로 차질없는 생산계획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번 일본을 방문했을 때 푸대접을 받아 이재용 부회장이 속된 말로 빡이 돌았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약하다. 아무리 빡이 돌아도 비즈니스맨은 자기의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지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지는 않는다. 더구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라는 거대그룹의 대표이다. 반도체 생산이 이어지느냐 마느냐의 심대한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분노로 이런 결정을 할 만큼 부족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 본다. 문자 그대로 삼성은 내부적으로 차질없는 생산 가능성을 확인했던 것이고 따라서 치밀한 계산 아래 이런 선언을 했을 것이라 본다.
2. 이는 향후 소재및 부품 조달업체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다.
나는 이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향후 삼성과 거래하게 될 소재및 부품업체들을 상대로 갑을 관계를 분명히 하자는 메시지라 본다. 아예 뿌리부터 잘라버리는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거래하게 될 업체들에게 일본산 원료조차도 쓰지 말라고 한데서 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앞으로 삼성에 소재및 부품 조달을 하게 될 업체들, 지금쯤 등이 오싹할 것이라 생각한다. 공급 물량이나 가격문제를 놓고 삼성의 심기를 심하게 건드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이 앞으로 확실하게 갑질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3. 일본업체들과 정말 거래하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주 분명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이해관계나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100퍼센트 장담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삼성은 명분이 중요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돈벌이가 중요한 기업체란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런 경우에라도, 일본 공급업체와의 거래관계는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다. 이제까지 자기 기술력을 공급해준다는 것이 일본기업측의 인식이었다면, 이번 선언으로 앞으로는 삼성이 자신들에게 거래를 수락해주는 관계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이 아주 분명히 하청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셈이며 삼성의 무한갑질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선언에는 이런 숨은 포석이 담겨있을 가능성도 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