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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이야기, 그 중 두번째



하지만 모든 일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검은 사내의 유효기간은 통상 삼 년 정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검은사내는 무당의 집에 사는 것에 싫증을 내기 시작한다. 슬슬 심술이 발동하여, 조금씩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점점 무당의 가치는 떨어지고, 이 무렵 무당도 이를 눈치챌 수 밖에 없다. 무당에게 다시 고민이 찾아온다. 무당은 이 검은 사내를 내보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검은 사내를 찾아 두물머리에서의 보름달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무속인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고, 지금 이 얘기는 그 중 한가지일 뿐이다. 여러 사람들에 의해 구전으로 내려오는 동안, 많은 얘기들이 더해지거나 과장되기도 했을 것이지만, 어쨌든 무속인들에게 있어서 두물머리란 신통력을 지닌 귀신을 찾는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 두물머리에는 두 강물이 마주 합해지는 지점인 두물경 근처에 무당이 몸을 숨겨 그를 기다릴만한 나무들이나 키 높은 억새풀들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무당이 검은 사내를 아무리 기다린다손 치더라도 이제 두물머리의 분위기는 더 이상 검은 사내가 나타날만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러기엔 주변이 너무나도 밝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두물머리로 이어지는 강변의 입구에는 잘 만들어진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에서 두물머리로 향하는 쪽으로 연인들이 둘씩 짝을 짓거나 혹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걸으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강변길이 이어져 있다. 강변길의 오른 편에는 어느 삼사월의 첫 봄나들이에 작고 귀여운 시골소녀에게서 봄동 이야기를 들음직한 작은 밭뙈기들이 있고, 조금 더 안쪽으로는 연잎 빼곡한 연못이 있다. 연못에 이르기 바로 전에, 이 블로그가 계속된다면 언젠가 한 번은 얘기하게 될 지도 모르는, 배다리와, 그 다리로 연결된 세미원이 있다.

몇 걸음을 더 옮기면 두물머리의 작은 특산물이랄 수 있는 연 핫도그 가게, 그리고 아담하게 지어진 몇 개의 찻집들이 들어서 있다. 젊은 남녀가 따뜻한 하루의 봄날을 적절히 소비하기에 적합할 만큼 아주 운치 있는 곳으로 변해버려서 검은 사내가 어느 날 이곳에 왔다가도 잘못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딱 좋은 곳이 되었다. 아무리 보름달 휘엉청한 밤이 온다 한들, 그가 물위를 첨벙첨벙 뛰어다닐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시간이 가면 사람들은 두물머리의 얘기를 점차 잊게 될지도 모른다.
두물머리는 한국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 만약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짧게 한국여행중인 외국인이라면 아마도 두물머리는 그가 방문하게 될 것 같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교적 오래 머물러 있거나, 여행 중에 잠시 한가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쯤 들러볼만한 곳으로 충분하다. 두물머리는 서울과 꽤 가까운 거리에 있고, 잘 계획을 세우면, 차가 없는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하루 동안 충분히 다녀올만한 곳이다. 시간을 아껴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61미터 높이의 나무이자, 천백년 전 어느 왕조의 마지막 황태자가 심었다는, 한 맺힌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근처의 용문사 절을 방문할 수도 있다.
친한 사람과 함께 두물머리를 방문하는 외국인이라면 이제 무당과 검은 사내 이야기는 그대가 다른 것들과 더불어 꼭 챙겨야할 준비물이다. 여행친구에게 적당한 장소를 가리키면서, 나이 많은 무당이 깜깜한 어느 보름날밤 검은 사내를 기다리던 곳이었을 것이라 얘기해주기 바란다. 그러다가 혹시 얘기보다 더 좋은 상상력이 발동하면, 다른 재미난 이야기를 엮어, 듣는 이의 색다른 호기심을 발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또 다른 버전의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두물머리 이야기들을 갖게 될 것이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언젠가 프랑스를 방문할 때, 센느강으로 합해지는 어느 두물머리 강가에서 다른 버전의 무당과 검은 사내 이야기를 열심히 전해주는 이야기꾼을 만나게 될는지.
  


이야기는 끝났지만 세 번째 이야기에서 두물머리의 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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