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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이야기, 그 중 첫번째




보름을 기다리는 무당의 마음은 당연히 초조하다. 보름이 온다 해도 보름달이 뜨지 않으면 다시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보름달이 뜨더라도 검은 사내가 반드시 나타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검은 사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 끝에 혹여 검은 사내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다음번 그가 나타날 때까지 한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만 한다. 이것은 검은 사내의 능력을 빌려야만 하는 신통한 무당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음력 보름이 오면, 무당은 두 개의 강줄기가 하나로 합하는 곳으로 간다. 두 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하는 곳이라 하여 사람들은 이를 두물머리라 불렀다. 자시가 시작되기 전에 가야 하며, 그것도 반드시 혼자 가야만 한다. 그런 다음 아무도 없는 곳에서, 깜깜한 밤 내내 그를 기다려야만 한다. 인기척을 내면 그가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혼자 숨죽여 그를 기다리는 일이란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런 것은 따질 겨를이 없다.
 
그 사내는 보름달이 떠 있는 동안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혹여 비가 오든지 날씨가 흐리기라도 할 참이면, 그녀의 기다림은 허사이다. 어쨌든, 만약 운이 좋다면, 그는 보름달이 다 지기 전에 나타날 것이다.
 
자시를 훌쩍 넘기고 축시도 거반 지나갔을 무렵, 누군가가 첨벙 첨벙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맨발로 물 위를 빠르게 뛰어다니는 소리, 그렇다, 검은 사내 그가 온 것이다. 규칙은 아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절대 그를 똑바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 그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무당의 심장은 놀라움으로 그 자리에서 멈춰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그의 몸만 보고 그를 향해 달려가서, 그를 아주 재빠르게 붙잡아야 한다. 그의 다리를 꼭 껴안고 나와 우리 집에 가자는 주문을 큰 소리로 세 번 외쳐야 한다. 얼어붙은 심장으로 고함소리를 외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오직 보름달만 휘엉청할 뿐이다. 여기에 건장한 검은 사내라니. 상당한 담력을 가진 남자라도 이는 감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이 밤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여자 무당이다. 지금까지 그녀의 삶 자체가 이런 상황과 서로 뒤얽혀 있지 않았던들, 그녀는 이 순간을 절대로 감내코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세 번의 주문으로 그 사내는 무당에게 딸려온다. 그 사내는 순순히 무당을 따라 무당의 집으로 간다. 무당을 따라가는 그를 지나가는 누군가가 보기라도 한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그는 우리네 같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상당한 신기를 지닌 무당의 눈에만 보이는 그런 존재이다.
 
이런 무당의 집에는 점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줄을 잇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무당의 점은 매우 신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통한 이유는 바로 그 검은 사내에게 있다. 무당이 방울을 흔들면서 요란하게 무엇인가를 물으면, 검은 사내는 점을 보러 온 사람에 대해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 사내의 이야기는 무당만이 들을 수 있다. 그 사람의 과거, 지금 처한 상황,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놀랍게도 지금까지의 일이 너무나도 정확한지라, 점을 보러 온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운명을 확신할 수밖에 없다. 복채가 수북이 쌓이고, 행여 그 사람의 운명이 나쁘게 예정되어 있어서 액땜이라도 해야 할 처지라면, 훨씬 더 많은 재화가 무당의 몫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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