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UncleJo.co.kr 로 접속하시면 바로 방문이 가능합니다.

일본인의 한국여행은 미국인의 한국여행만큼이나 안전하다 (2)


반일과 반 일본인의 구분
 
한국의 동쪽에는 강릉이라는 도시가 있다. 혹시 아는 일본인들도 있겠지만, 조선의 현인으로 잘 알려진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오죽헌은 문자 그대로 검은 대나무가 있는 곳이라는 뜻인데, 이 곳은 선생께서 태어나신 곳이니 혹여 강릉을 방문하는 일본인이라면 꼭 한 번 들러봄직한 곳이다. 이 밖에도 강릉에는 아바이 마을, 선교장과 같이 시간을 거슬러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집터가 뱃머리를 닮았다 하여 선교장이라 불리는 이 집은 조선시대 상류층 집안의 대표격인 가옥이랄 수 있다.




강릉 오죽헌, 율곡 선생의 출생지


나는 개인적으로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꼭 하나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자칫 빠뜨리기 쉽지만 나중에 알고 나면 찾지 못했던 것을 꽤나 아쉬워할만한 곳이다. 바로 참소리 박물관이다. 요즘처럼 맘껏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먼 옛날, 축음기의 전신이랄 수 있는 작은 음향기기에 적지 않은 금액을 넣고 몇초 동안 자신의 귀를 즐겁게 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의 감수성은 무척 부럽지만, 여러분은 이를 부러워하지만 말고, 실제로 그 주인공이 되어 먼 옛날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그러노라면, 가느다란 소리의 끈이 옛날의 그와 지금의 당신의 감수성을 슬며시 연결해 줄지도 모른다.



참소리 박물관의 내부 모습
 
이렇게 정감이 가는 곳이건만, 자칫 일본인 여러분에게는 닫힌 세계가 될 뻔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박물관측이 일본인 관람금지팻말을 붙여버린 것이다. 만약 그 기간동안 어렵게 박물관에 들었다가, 아쉽게 발길을 돌린 일본인이 있다면, 박물관을 대신해서 내가 사과하도록 하겠다. 누가 뭐래도 그 좋은 공간의 공유를 제한한 박물관측의 잘못이 크다.



참소리 박물관에 부착되었던 일본인 관람금지 팻말. Jsps는 일본을 비하하는 표현인데, 박물관측은 비하하는 의미를 모르고 사용한 것이라고 사과했다. 시민들의 항의로 이 팻말은 제거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팻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 국민들의 심한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관람을 금지하는 것은 명백히 특정 국민에 대한 차별적 행위라는 것이 주된 항의의 이유였다. 항의가 심해지자 박물관측은 팻말을 내리고 사과했다.
 
항의를 했던 사람들은 주로 누구였을까? 불매운동과 관련해서, 일본의 편을 드는 이른바 친일파의 부류들이었을까? No! 한국에서 친일을 하는 자들은 정작 이런 일에 관심이 없다. 놀라지 마시라. 평범한 시민으로 표현되는 이들은 대개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이 높고,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불매운동과 일본인에 대한 차별은 별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같은 항의를 전략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다시 말해서, 일본인에 대한 관람금지 팻말이 한일간의 여론전에서 한국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에 항의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은 지극히 편협한 것이다.
 
일본 불매와 무관하게, 한국인들은 이런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이 어떤 사람들일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이런 생각들은 SNS등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공통적인 결론은 이들 일본인 방문객들은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SNS나 심지어는 일부 TV 방송등을 통해 한국의 분위기를 심히 왜곡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일본인들의 한국방문이야말로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국인들은 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 대해 이처럼 애정을 보이는 일본인에 대해 따뜻하게 대하지는 못할 망정 관람금지 팻말이 무슨 소리냐는 여론인 것이고, 이것이 일본불매에 참여하는 한국인들의 인식인 셈이다.
 
비슷한 상황이 대마도에서도 있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대마도의 몇몇 식당에서 한국인 출입금지라는 글귀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무례함이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대마도 몇몇 식당 에 부착된 한국인 출입금지 문구들
 
무례한 한국인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한국의 SNS 등에서도 식당에서 무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끔씩 회자되고 있고, 이런 사람들을 부르는 용어가 한국에서 따로 개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주요 매체중의 하나인 JTBC는 한국의 불매운동이 있기 전인 지난 516, 우리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저지르고 있는 잘못에 대해 보도하고, 우리가 먼저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816734
 
일본인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일본인들 또한 해외에서는 그닥 좋지 않는 평판이 들려오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조용하지만, 여럿이 있을 때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떠들어대는 일본인이라든지, ‘호텔에서 거의 속옷에 가까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일본인등등 처럼. 아마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경험했던 일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심지어 법을 잘 지킨다는 독일인이나, 해외에 나가서 나라 망신살을 뻗치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기 마련인 것이고 이는 아마 확률의 법칙상 피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예의가 없는 한국인에 대해 출입금지를 써 붙인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한국의 참소리 박물관이 그랬듯이, 개인적 판단이라는 것이 가끔은 신중치 못할 때가 있으니까.
 
차이는 이것이다. 한국에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항의로 팻말이 내려왔다. 대마도에서는 아직까지 시민들의 항의가 있었다는 말도, 표지가 내려졌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반일, 일본불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표지를 내리도록 요구했다. 일본 불매에 참여한답시고 일본인 출입금지를 내걸었던 부산의 어느 식당에 대해서도 호된 비판이 이어졌다.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차별적 행동에 대해 시민들은 결코 이를 옹호하거나 묵과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에서 반한을 하는 사람들은 대마도의 식당 표지에 대해 어땠을까? 일부 한국인들의 잘못된 행위와 한국인 출입금지라는 차별적 표지가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되었을까, 일본인 스스로 답을 알 것이라 생각한다.


부산 어느 식당 앞의 '일본인 출입금지 문구',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반일과 반 일본인을 구분한다. 또한 전체 국민으로서의 일본인과 일본인 개개인에 대한 반감을 구분한다. 최근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전체 국민으로서의 일본인에 대한 불신은 매우 높아진 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일과 반일본인은 철저히 구분해야 하는 흐름이 대세였고, 반일은 하더라도 일본인은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하지만 양국간의 불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전체 국민으로서의 일본인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경제도발과 동시에 아베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은 결국 일본인들의 인식이 거기까지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들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DHC TV의 연이은 혐한 방송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을 했다. 무엇보다도 아베를 선택한 것은 일본인이니만큼, 일본인들의 총체적 인식이 아베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 개개인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다르다. 여전히 일본 내에는 양심적인 일본인,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있는 만큼 이들 개개인을 전체 일본인 속에 묶어서 같이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눈에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은,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에 속한다. 이런 일본인에 대해, 차별을 할 리도 없고 한국인이 위해를 가할 이유는 더 더욱 없는 것이다. 부산의 어느 식당처럼 소극적 의미의 개인적 일탈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여론은 이를 스스로 정화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한국인들의 인식이다. 한국여행을 조심하라는 일본 외무성의 공지는 한낱 공허한 소리일 뿐이다.
 
혐한을 하는 일본인들의 소식은 자주 들린다. 일본에는 혐한 서적이 있고 심지어는 일부 TV에서조차 혐한 방송을 하기도 한다. 대놓고 한국인들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SNS 등을 통해 일본인을 미워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도 공개적으로 혐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한국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거의 불가능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라 해서 혐오문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 극단적인 사람들의 모임이 있고, 이곳에서는 주로 혐오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 드러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면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주제에 관한 글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에서의 혐오 문화와 이를 조장하는 혐오집단에 대해 서술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왜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을 미워할망정 비하하거나 조롱하지 않는지, 왜 혐일이라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지키는지 일본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