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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이 안쓰럽다.

1.
내가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것은 아마 1995년쯤이었을 거다(연도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아마 그 때 쯤). 벌써 25년 세월이다. 시간은 쏜살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2.
당시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고 있었음에도, 일본과의 무역관계에서는 엄청난 무역적자, 그것도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우리의 경제성장이 지속될수록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는, 심각한 무역적자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한국의 주무부서인 상공부(부서 이름이 정확하지 않다, 아마 그랬을 거다)와 일본의 주무부서인 통산성(通産省)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거의 연례적인 회합을 갖곤 했었는데, 어느 해의 회합에 취재차 일본을 방문했던 것.

3.
이 모임에는 비단 관료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업 대표들도 함께 했는데, 대부분 대기업들은 아니고, 중소규모의 업체 대표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업종이던 섬유와 전자 쪽 업체들의 대표들이었는데, 양쪽 부처 관계자들이 양국의 무역현안에 관한 심포지엄 비슷한 회의를 먼저 하고 나면, 한국의 기업대표들과 일본의 기업 대표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마련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말하자면 한국측 기업의 입장에서 일본측 기업과 수출선을 맺는 것이 이 모임의 주된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이 행사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센다이, 후쿠오카, 이렇게 다섯 도시를 열흘 동안 순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었다.

4.
당시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산업은 섬유와 전자업종이었는데, 섬유가 내리막을 향하던 업종이라면 전자는 오르막을 치닫는 산업이랄 수 있었다. 문제는 섬유던 전자든, 많이 만들어 팔면 팔 수록,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장치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양국간의 산업구조상, 우리나라의 대일무역 적자는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

5.
말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양국간 모임이었지, 사실 우리가 일본에 우리 완제품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었고, 일본측은 한국측의 이런 부탁이 안쓰러워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우리 요청을 얼마간 들어주는 척 하는, 그런 모임이었다고 보는 측이 정확할 것이다.

6.
당시 일본에 상주하는 한국측 관련단체 소속의 한 관계자가 일정동안 같이 동행했었는데, 일본에 완전히 심취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결코 일본에 친일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설 방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고, 사실 이 점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7.
그는 무엇보다도 일본인의 단결력에 높은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리더의 결정에 설령 어떠한 불만이 있더라도 이를 결코 표출하지 않는 문화적 풍토, 이것이 일본 기업의 강한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리더가 식당에서 짜장면을 주문하면, 아래 직원들은 어느 누구도 감히 우동(이거 우리말로는 가락국수라 하던데... 일단은 이렇게 쓴다)을 주문하지 않는 일본식의 문화가 기업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기업발전의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8.
그가 들었던 좀 극단적인 예는 이러했다. 어느 관료집단에 이제 막 시작한 몇 명의 동기가 있다. 처음 몇 해 동안 그 집단의 리더는 동기들 각각에 대해 장차 재목을 정해버린다는 것이었다. 너는 국장국, 너는 과장급, 이런 식으로...

9.
놀라운 것은 이렇게 일단 결정이 나면, 모두가 승복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과장급으로 결정된 인물은 국장급으로 결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일이 없고, 심지어 자신이 훗날 국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국장급으로 결정된 인물이 과장급의 인물에게 하대 호칭인 ‘군’을 사용하여 아무개 군, 이런 식으로 부르게 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통용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사분란한 조직을 이겨내는 것이 도저히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10.
그 밖에도 그는 몇몇가지 일본인들의 강점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가령 정확한 시간 엄수, 그들 고유의 친절함, 기업체 사장들도 고작 30평 남짓의 작은 아파트에 산다는 근검성, 등등이었다. 심지어 각 정류소마다 시내버스의 도착시각이 매우 정확하다는 것, 관광버스의 휴식시간을 어기게 되면 더 이상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제 시각에 출발해 버린다는 것, 등등 거의 기계만큼이나 정확한 그들의 일상에 관한 것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1.
그의 말에 어느 정도 과장이 있었을 것이라 감안하더라도, 어쨋든 일본 국민들의 이같은 전체주의 순응적인 기질이 한 때 일본의 경제발전에 한 몫을 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납득할 만 하다. 빠른 결단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공업화 시기에, 조직원들의 분란없는 희생적 참여가 그들의 기업성장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음직 하기는 하다.

12.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생각만해도 딱딱한 그 당시 순수 공업화 시대의 얘기일 뿐이다. 모든 것이 말랑말랑해지고 소프트적인 사고가 중요한 오늘날 리더의 입모양에 맞춰 다 같이 짜장면을 따라하는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이야말로 그들의 성장동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사실 나는 여기서 일본의 한계를 본다.

13.
소프트웨어 산업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한 사고방식을 얘기하는 것이다. 신속하고 일치단결된 생산방식이 어제의 주요 경쟁력이었다면, 다양하고 제멋대로인, 때로는 게을러보이기까지 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오늘날, 그리고 미래사회 경쟁의 주요 덕목이 아니던가. 리더가 짜장면을 주문하던 말던 나는 내가 먹고픈 우동을 주문하고 누구는 짬뽕을 주문할 수 있는 곳에서 짜장면이나 우동, 짬뽕보다 더 기발한 것을 생각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14.
나는 실제로 일본의 산업은 이미 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본다. 원래 반도체의 종주국은 트랜지스터로 가장 첫 발을 내딧었던 일본이 아니었던가? 헌데 지금은? 한 때 휴대용 카세트 워크맨으로 세계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던 소니는 지금? 전자기기의 대명사였던 샤프? 샤프가 누구지? 삼성이 반도체 대장먹고, LG가 디스플레이 대장먹을 줄 그 당시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15.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더 일차적인 제품, 즉 기계나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양국의 무역패턴은 얼핏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보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한국이 섬유강국이었던 그 당시, 일본의 섬유기계는 말하자면 우리 기업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필수품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일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일무역 적자의 누적은 영원히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였겠지.

16.
지금은? 불화수소? 이거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청에 가까운 외주인거다. 원래 장치산업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만, 재료 바꾸는 일 자체가 번거로운거다. 섬유업체가 똑같은 색상의 염료를 사용해도 매번 조금씩 다른 색상이 나오듯이, 같은 불화수소라 하더라도 쓰던 제품 계속 쓰는 것이 기업에 여러가지로 편리한 것이다. 즉 편리성이 문제였던 것이라는 얘기. 기술력의 부재가 아니었다는거다. 요즘같은 특이한 상황을 굳이 상정하지 않는 이상, 쓰던 제품을 그냥 쓰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고, 특별히 해당 제품이 일본만의 기술이었기 때문은 아니라는거다. 그러니까 그게 우리 반도체 업체가 갑이고 일본이 하청관계였던 것이지.

17.
짜장면 밖에 모르는 아베의 사고방식으로는 옛날 일본의 기술적 갑질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이거 알게 모르게 어느 덧 갑을관계가 바뀐 것도 모르고 헛발질한거다. 이번에 일본에서 불화수소 공급이 진짜 멈춘다고 생각해봐라. 이미 다른 제품으로 안정화된 상태에서 굳이 다시 일본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한 번 공급이 끊어지면 일본 공급업체들만 새되는거다. 이거 어려운 얘기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점에서 아베는 진짜 돌대가리가 맞다.

18.
가령 초딩 때 나보다 덩치 큰 아이가 있었다. 나는 언제나 그 아이보다 힘이 약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래서 중학교 3년 내내 그 아이에게 덤벼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ㅋㅋ 어느날 보니까 나도 덩치가 꽤 커 있는거라. 이거 함 해볼만 한데? 내가 좀 맞더라도 나도 너 코피쯤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고3 때는 어떨까? 내가 더 빨리 크는거 아냐 ㅋㅋ

19.
알게 모르게 짜장면밖에 모르는 일본 많이 망가진 거 맞다. 경제대국? 그래 아직까지는 그렇게 보이겠지. 우리나라 빼면 고작 무역적자국인 나라. 한국 관광객이 소도시 자영업자 먹여살려주는 그렇고 그런 나라. 이게 일본의 실체 아닌가? 2차 대전때 비행기 만들던 기술로 첨단기술입네 하며 한국에 빌붙어 벌어먹고 있는 나라, 그게 일본 아닌가? 그런 기술이라는게, 사실 잘 들춰보면 그닥 특별할 것도 없으면서, 어쩌다 봉잡아서 재미봤던 나라, 그거 아닌가?

20.
한국의 관광객이 끊어지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나라. 관광수입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나라 치고 언젠가 타격을 받지 않는 나라를 본 적이 없지. 이제 일본은 그렇고 그런 나라가 아닌가? 리더가 한 번 정하면 짜장면이던 방사능이던 그냥 먹어야만 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말랑말랑한 사고로 쭉쭉 뻗는 우리에게 부리는 객기를 바라보면서, 나는 참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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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요즘 왜밍아웃한 언론들 많던데, 이런 매국질이 아주 질이 나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번 힘이 센 놈은 끝까지 힘이 센 놈이라고 믿는, 주구장창 짜장면밖에 외칠줄 모르는 참으로 돌대가리 같은 넘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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